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.....'최참판댁'
박경리 선생님의 소설 '토지'의 공간적 배경이다.
옛날의 그 집
박경리
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
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,
십오년을 살았다...
빈 창고같이 휑뎅 그렁한 큰 집에
밤이오면 소쩍새와 쑥쑥새와 울었고
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
이른 봄
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
다행이 뜰은 넓어서
배추심고 고추심고 상추심고 파 심고
고양이들과 함께 살았다
정붙이고 살았다
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
이 세상의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아
무섭기도 했지만,
책상하나 원고지, 펜 하나가
나를 지탱해 주었고
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
그 세월, 옛날의 그 집.
그랬지, 그랬었지
대문 밖에는
늘
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
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~~
모진 세월 가고
아이 편안하다,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....
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 하다
_ 박경리선생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시 _
최참판댁 대문을 열면 앞으로 펼쳐지는 악양들판.....
080503날에..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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